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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노사피엔스코드 사례 :: 배달의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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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대한민국 대표 배달 서비스 '배달의민족'이 글로벌 음식배달 서비스 기업인 독일의 '딜리버리 히어로즈DH에 4조 8,000억 원의 거액에 매각되자 온 나라가 시끌시끌했습니다. 토종 벤처기업인 배민이 해외기업에 팔렸다는 충격으로 '게르만 민족'이 되었다는 자조 섞인 댓글도 많았고 음식배달 시장이 DH에 의해 독점되었다는 우려도 커졌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4조 8,000억 원에 이르는 배민의 가치였습니다. 비록 부채가 많았다고는 하지만 아시아나 항공의 매각 금액이 2조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액수죠. 심지어 DH는 배민을 인수하기 위해 독일에서 운영하던 배달 서비스 모기업을 매각까지 해버렸습니다.

그렇게까지 할 만큼 DH에서 배달의민족을 탐냈던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해집니다. DH는 배민을 매입하면서 현금을 지불한 것이 아니라, DH의 지분 13%를 김봉진 대표에게 제공하고 DH의 최대 주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아시아 11개 국가 사업권과 인사권을 부여하면서 '우아DH아시아'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DH아시아의 미래를 김봉진 대표에게 맡기기로 했습니다. 엄청난 신뢰를 실감할 수 있는 메가톤급 거래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2010년 음식점 전화번호부 앱으로 시작해서 10년 만에 4조 8,000억 원짜리 거대 기업을 키워낸 김봉진 대표의 실력은 무엇일까요? 모든 것의 시작은 '맛있는 음식점을 찾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을 어떻게 풀어줄까 였습니다. 그 욕망을 앱으로 해결해보고자 했죠. 사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였습니다. 그런데 그의 열정은 남달랐습니다. 사업 초기 제대로 된 음식점의 전화번호를 수집하기 위해 길거리를 다니며 전단지를 모으기 시작했고, 무려 5만 장의 전단지를 모아 초기 데이터를 확보했습니다. 광고로는 매출을 만들기 어렵다고 판단, 2010년 '배달의민족' 앱을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배달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요기요', '배달통'과 함께 음식 배달시장의 10년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배민이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디자인의 힘이 큽니다. 그리고 그 힘을 더욱 피어나게 한 회사의 개방적인 조직 문화' 입니다. 이 두 가지 요소는 사실 모든 플랫폼의 기본적인 성공 조건이기도 합니다. 김봉진 대표는 포노 사피엔스 문명에서 중요한 것은 팬덤을 만드는 일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독특한 광고 마케팅에 집중했습니다. Z세대가 좋아하는 소위 B급 문화를 활용한 것이죠.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배민이 만든 카피는 SNS를 타고 폭발적으로 퍼져나갔습니다. “경희야 넌 먹을 때가 젤 이뻐.” 라든가 “치킨은 살 안 쪄, 내가 져.”, “누구에게나 때가 있다.” 같은 카피를 다들 한 번씩은 보셨을 겁니다. ASMR이 유행하자, 치킨이나 떡볶이를 요리할 때 나는 소리로 광고를 만들어 SNS에서 난리가 나기도 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배민의 문화를 고객에게 심어주며, 배달시장 삼국지에서 홀로 51%의 점유율을 기록해나갔습니다.

또 새로운 생태계 자체를 만들어갔습니다. 배달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속한 배달입니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배달업체를 인수하고, 2015년 '배민라이더스'를 창업했습니다. 배민라이더스는 기존 업체들과 경쟁하며 빠른 배달이 가능한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었습니다. 이 모든 생각을 만들어내고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회사 조직이 탄탄했기 때문입니다.

배민의 조직 문화는 매우 진보적이고 선진적인 것으로 유명합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배민의 회사 문화를 경험한 유재석 씨와 박명수 씨는 “이곳이야말로 유토피아 직장이네.” 라고 소리쳤을 정도입니다. 김봉진 대표가 만든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방법 11가지를 보면 조직 문화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1.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
2. 업무는 수직적, 인간적인 관계는 수평적.
3. 간단한 보고는 상급자가 하급자 자리로 가서 이야기를 나눈다.
4. 잡담을 많이 나누는 것이 경쟁력이다.
5. 개발자가 개발만 잘하고, 디자이너가 디자인만 잘하면 회사는 망한다.
6. 휴가 가거나 퇴근 시 눈치를 주는 농담을 하지 않는다.
7. 팩트에 기반한 보고만 한다.
8. 일을 시작할 때는 목적, 기간, 예상산출물, 예상결과, 공유대상자를 생각한다.
9. 나는 일의 마지막이 아닌 중간에 있다.
10. 책임은 실행한 사람이 아닌 결정한 사람이 진다.
11. 솔루션 없는 불만만 갖게 되는 때가 회사를 떠날 때다.

업무는 철저하게, 그렇지만 창조적 아이디어를 위한 자율성은 합리적으로 충분하게 보장합니다. 조직의 하부에 있는 MZ세대가 충분히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 셈입니다. 그래서 혁신적인 B급 마케팅 아이디어들이 분출될 수 있었던 것이죠.

포노 사피엔스 시장에서는 고객이 왕입니다. 배민은 대부분의 배달이 단체로 이루어지고 그 주문을 담당하는 사람이 그중에서 가장 어린 사람이라는 데 주목합니다. 그래서 그들의 팬덤을 만들 수 있는 비즈니스 방식에 집중했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MZ세대와 공감대가 넓은 직원들이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갖추었습니다.

팬덤을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고, 팬덤을 만들려면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고, 킬러 콘텐츠는 고객이 스스로 열광하는 문화를 만들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포노 사피엔스 문명의 특징을 제대로 이해한 것입니다.

포노 사피엔스 시장에 도전하는 모든 기업들이 본받을 만한 회사 문화입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은 상위조직에서 의사결정을 주관합니다. 그 자리에 고객을 올려야 합니다. 조직 문화를 바꾸는 방향도 '오직 고객만족'이 되어야 합니다.

마케팅만으로 성공한 플랫폼은 없습니다. 서비스에 대한 고객 경험이 좋아지자 소비자들의 주문도 크게 늘어나고 작았던 음식배달 시장이 폭발하면서 배민도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배민이 2019년 만들어낸 총 배달 금액은 무려 8조 5,000억 원에 달합니다. 전체 음식배달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 실력입니다.

물론 배민의 성공에 대해서는 비판도 많습니다. 영리 추구가 목적인 기업인 만큼 많은 식당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습니다. 특히 우리 시장을 독일 기업에 내주었다는 평가가 뼈아픕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포노 사피엔스 시장'의 성장과 가치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배민에 4조 8,000억 원을 지불할 자본이 없었고 그런 높은 가치를 부여할 기준도 없었습니다. 반면 DH는아시아의 음식배달을 지배할 수 있는 기업으로 배민을, 그리고 CEO로 김봉진 대표를 결정한 것입니다.

포노 사피엔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워가는 길은 이렇게 국경도 없고 실력만 보장된다면 글로벌하게 진출하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많은 팬덤을 확보한 플랫폼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들에 조단위 자금을 받고 인수·합병되는 일은 흔한 일상입니다. 거기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고 우리가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힘도 키울 수 있습니다. 우리의 미래가 거기에 있다는 뜻입니다.

배달의민족의 4조 8,000억 원짜리 성공 비결을 정리해보겠습니다.

하나, 디자인 파워를 근간으로 B급 문화 기반의 마케팅을 실천해 10~20대 고객의 취향 저격에 성공했습니다.
둘, 수평적이면서 합리적인 조직 문화를 정착하여 고객과 공감대가 넓은 MZ세대 직원들의 역량 발휘를 일상화시켰습니다.
셋,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생태계 전체 구성원(고객, 배달원, 식당, 배민 직원)의 만족도를 모두 높이는 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넷, 구축한 팬덤의 가치를 극대화하여 거대 자본의 투자를 끌어냈습니다.

앞으로 '조 단위 기업을 목표로 성장하는 플랫폼 기업들이 반드시 새겨야 할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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