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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노사피엔스코드 사례 : 1 핑크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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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상어baby shark'는 2016년 1월에 유튜브에 등록된 이래 60억 뷰(2020년 8월 기준)를 기록한 유튜브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조회 수의 주인공입니다. 2020년에 들어와서도 한 달에 2억 뷰씩 꾸준히 증가 중입니다. 다시 말해, 나온 지 4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전 세계 아이들이 끊임없이 즐겨듣는 노래라는 겁니다.

이 노래를 만든 회사는 ‘스마트스터디' 입니다. 스마트스터디에서 만든 캐릭터 브랜드가 바로 '핑크퐁' 입니다. 유튜브 채널 핑크퐁의 구독자 수는 3,100만 명을 넘었고 통합 조회 수도 130억 뷰를넘어섰습니다. 전 세계 유튜브 채널 44위에 해당하는 엄청난 기록이죠.

기록만으로 보자면 '유아계 BTS' 라고 부를 만합니다. '삼성 출판사'라는 오래된 회사로부터 분리한 신생 회사가 어떻게 이렇게 단기간에 놀라운 기록을 만들었는지 궁금합니다. 스마트스터디의실력은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요?

스마트스터디는 2010년 김민석 대표가 설립하였습니다.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들면서 종이 학습지 사업에 한계를 느끼고, 학습지를 태블릿에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실패했습니다. 당시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휴대폰이나 태블릿을 주는 것이 마치 아이의 인생을 망치는 길체럼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걸로 게임이나 할까 봐 안 사준 거죠.

그래서 그는 학습지 사업을 포기했습니다. 대다수의 기업들처럼 기존의 사업에서 도구만 바꾸려다가 실패한 것입니다. 소비자들이 어떤 형태로 새로운 문명에 대응하고 있는지 분석하고 거기에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한 것이 아닌, '종이가 태블릿으로 바뀌면 되겠네' 라는 단순한 접근이었던 거죠.

학습지 사업 실패 후 그는 미취학 아동들이 즐기는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일에 주목했습니다. 아이들이 즐기는 콘텐츠로 취향을 저격해 그것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 있는 포맷을 만들기로 한 것입니다.

물론 이 영역에서 경쟁은 치열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엄청나게 많은 영상을 만들어내 소비자들과 접점 시간을 늘려가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고, 그 플랫폼으로 유튜브를 선택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자사 플랫폼이나 네이버 등 동영상 플랫폼이 다양하게 경쟁하던 시대였고, 유튜브가 얼마나 빠르게 확산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던 시대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미국 및 유럽의 대세를 보고유튜브를 선택했습니다.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선택한 것이죠.

그러다 유튜브에서 크게 터진 것이 바로 아기상어입니다. 콘텐츠가 많아야 한다는 것은 유튜버들에게 상식입니다. 고객과 접촉 시간이 많아지면 데이터가 쌓이고, 그것을 통해 고객이 좋아하는것과 무관심한 것의 차이를 정량적으로 구별해낼 수 있기 때문에 더 좋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큰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스마트스터디도 그런 과정을 통해 킬러 콘텐츠를 향한 실력을 탄탄하게축적해나갔습니다.

일단 아기상어 영상이 터지고, 이것을 영어를 비롯한 다양한 언어로 번역해 세계 무대로 확산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작된 것이 '베이비샤크 챌린지 baby shark challenge' 입니다. 베이비샤크 노래와 춤을 따라부르는 것을 영상으로 찍은 다음, #babysharkchallenge'라는 해시태그를 붙여 올리는 일종의 챌린지를 유튜브에서 주도한 겁니다. 이 챌린지는 아기상어가 세계로 확산되는 발판이 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열광한 것은 인도네시아라고 합니다. 거의 열풍에 가까운 베이비샤크 챌린지가 일어나고 유튜브 채널마다 너도 나도 베이비샤크 챌린지 영상을 올려댔습니다. 이 열풍은 말레이시아로 번지고 다시 필리핀으로 퍼져 동남아 전체에 거대한 팬덤을 형성했습니다.

그리고 북미로 건너가 엄청난 팬덤fandom을 만들었습니다. 메이저 시장인 미국에서 성공했고, 그에 힘입어 유럽과 남미로 확산하면서 세계 2위 유튜브 콘텐츠에 오르게 된 것입니다. 확산 경로를 보면 K-pop을 그대로 따라간 셈입니니다. 특히 국내 인기 걸그룹 '레드밸벳' 이 베이비샤크 챌린지에 동참하면서 세계 K-pop팬들에게 엄청난 광고효과를 발휘했습니니다.

이렇게 소비자들이 직접 참여하여 스스로 퍼뜨리는 방식을 밈meme이라고 합니다. 유튜브에서 가장 강력한 팬덤 형성 방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BTS도 세계의 많은 청년이 커버댄스를 찍어 올리면서 팬덤이 거대해진 것으로 유명합니다.

현재 스마트스터디의 CFO를 맡고 있는 이승규 씨는 한 강연을 통해 다른 콘텐츠들과 비교했을 때 핑크퐁이 가지는 가장 큰 차이점을 고객에 집중해 만들어낸 디테일' 이라고 말했습니다. 핑크퐁의 모든 콘텐츠는 아주 단순하고 반복적인 리듬 위주의 음악을 사용합니다. 음악을 들으면 아이들이 움찔움찔 저절로 리듬을 타게 되도록 디자인한 것이죠.

최근 사업기획에 있어 심리학과 진화론을 적용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빨려들도록 디자인하기 위한 것이죠. 특히 유아들은 발달 상태에 맞추어 그들만이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 차별화도 적절했습니다. 사실 상어는 위험한 동물이라 아이들을 위한 캐릭터로는 잘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남자아이들은 유독 위험한 동물을 좋아한다는 데 착안한 것입니다. 물론 다작을 통해 데이터로 확인한 결과입니다. 남자아이들의 공룡 사랑은 놀라울 정도죠. 그래서 핑크퐁의 비디오에는 공룡도, 상어도 자주 등장합니다.

특히 아기상어에는 포악한 상어가 등장해 물고기들을 쫓아다니는 장면까지 나와 어른들도 섬뜩함을 느끼기까지 합니다. 역설적으로 이런 설정이 팬덤을 만드는 데 기여했습니다. 무섭지만 호기심이 일어나는 심리를 잘 이용한 것이죠.

또 하나 성공의 비결로 꼽은 것은 바로 '미취학 아동들이 가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주목한 것이었습니다. 그 또래 아이들은 가정에서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귀염둥이입니다. 베이비샤크 챌린지는 거기서 시작됐습니다. 귀염둥이가 춤추는 동영상을 싫어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심지어 콘텐츠 안에 가족 구성원을 모두 집어넣습니다. 모든 가족을 참여하게 해서 귀염둥이를 중심으로 즐길 수 있게 만든 것입니다.

물론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끊임없이 떠오르게 만드는 중독성 높은 후렴구 부분입니다. 얼마나 중독성이 강한지 미국에서 아기를 가진 부모님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노래 1위로 뽑혔다고 할 정도니까요. 아기들이 한 번 들으면 온종일 다른 것은 아예 못 듣게 해서 부모들도 하루종일 그 노래만 듣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겁니다. 재미있죠.

이 모든 것들이 하나가 되어 폭발적인 팬덤을 만들어냈습니다. 킬러 콘텐츠를 만드는 데 있어서 디테일과 고객이 만들어내는 데이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아기상어의 성공이 보여줍니다.

팬덤이 형성되자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고 스토리를 확산해나갔습니다. 밈현상이 시작된 것이죠.여기에 멋진 스토리도 더해졌습니다. 2019년 미국 메이저리그 베이스볼 워싱턴 내셔널즈Washington Nationals 팀의 간판 타자인 헤라르도 파라Gerardo Parra는 한동안 슬럼프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기가 등장할 때 나오는 주제곡을 바꾸었는데, 바로 '아기상어' 였습니다. 두 살배기 딸이 즐겨듣는 노래라 선택했던 것이죠. 주제곡을 바꾼 그날, 그는 곧바로 2타수 2안타를 기록했습니다. 심지어 그의 활약에 힘입어 내셔널즈 팀은 2019년 메이저리그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습니다.'아기상어'를 전 미국 국민이 듣게 된 것이죠.

2019년 또 하나의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미국에서 터진 한 총격 사건에서 세 살짜리 아이가 총에 맞았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죽지 않았습니다. 바로 아기가 안고 있던 아기상어 인형에서 총알이발견된 것입니다. 아기상어가 아이의 목숨을 구한 것이죠. 아기상어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습니다.가장 인기 있는 미국의 토크 프로그램인 '앨런 쇼The Ellen DeGeneres Show' 에도 아기상어가 등장하고'레이트 레이트 쇼The Late Late Show 에서는 아예 아기상어로 뮤지컬 공연을 했습니다. 이 두 토크쇼는 BTS가 출연해 우리에게 잘 알려진 프로그램들입니다. 이외에도 수많은 스토리가 자발적으로형성되면서 거대한 팬덤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수많은 셀럽과 지상파 방송이 참여하고거기에 시민들까지 동참하면서 세계적인 유행이 될 수 있었습니다.

팬덤이 만들어지면, 이를 지속시키면서 사업 아이템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아기상어'는 2,500개가 넘는 로얄티 계약을 맺었습니다. 인형, 문구, 옷 할 것 없이 정말 많은 상품이 기획되어 팔려나갔습니다. 그리고 그 열풍을 확산하기 위해 콘서트도 기획되었습니다. 해외에서는 매년 100회 이상 콘서트가 열립니다. 그때마다 엄청난 상품들이 함께 판매되는 것은 당연하죠.스마트스터디의 본업은 학습 콘텐츠를 판매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팬덤을 확보한 캐릭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학습 콘텐츠를 만들어 비즈니스를 확대해나갔습니다. 이렇게 해서 매출을 폭발시켜나갔던 것이죠. 2019년 아기상어 사운드 인형은 아마존 '인형/장난감 부문 1위를 했고, 아기상어시리얼도 마트 '시리얼 판매 1위를 기록했습니다. 미국의 미키마우스나 일본의 헬로키티 같은 해외 캐릭터를 부러워했던 우리가, 미국 본토에서 가장 강력한 캐릭터 브랜드를 갖게 되었다니 놀라운 일입니다.

스마트스터디는 2019년에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매출의 80%가 해외 매출입니다.북미에서만 50%의 매출을 기록합니다. 영업이익은 무려 44%, 캐릭터 산업이 왜 알짜 산업인지 데이터가 보여주네요. 핑크퐁의 성공은 우리 산업계에 다양성이 더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자, 그럼 스마트스터디의 성공 비결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우선 변화하는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했습니다. 실패한 후에는 빠르게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고 다시 도전했습니다.

또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철저히 분석해 알아내고 거기에만 집중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콘텐츠가 무엇인지는 수십 년간 쌓아온 노하우로 알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포노 사피엔스 문화를적합하게 접목한 것이 성공의 열쇠였습니다.

무엇보다 팬덤이 일어나기 시작했을 때 팬덤의 증폭과 사업화로 이어가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했습니다. 유튜브는 물론이고 TV, 라디오, 신문 등 스토리에 목말라하는 모든 매체를 이용해 일어난 팬덤을 증폭시켰습니다. 소위 요즘 이야기하는 '애자일 Agile 경영'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다양한분야로 사업을 확대하는 것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단, 이 모든 것의 중심에 오직 고객이 있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심리학이나 진화론도 동원해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디테일을 찾아내야 합니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작은 콘텐츠 기업이 불과10년 만에 세계 2위의 팬덤을 만들어낸 비결입니다. 우리는 이제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시대를경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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