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으로 채우는 삶의 역설
나눔을 실천하는 이들의 이야기에는 언제나 따뜻한 행복이 묻어납니다. 그들의 표정에서, 목소리에서 우리는 베풂이 주는 충만한 기쁨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낍니다. 이처럼 베풀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삶의 큰 축복 중 하나이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우리는 그 축복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우리 사회가 유독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잠기곤 합니다. 잿더미 위에서 기적을 일궈내야 했던 뼈아픈 가난의 기억, 그리고 내 자식만큼은 풍족한 세상에서 살게 하고픈 부모의 절박한 마음이 부의 축적을 삶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게 했을 것입니다. 이는 탓할 수 없는, 우리 시대의 자화상일지도 모릅니다.
오래된 지혜는 역설적인 진리를 말합니다. 성경은 "흩어 구제하여도 더욱 부하게 되는 일이 있나니 과도히 아껴도 가난하게 될 뿐이니라"라고 가르칩니다. 이는 단순히 물질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닐 것입니다. 우리 삶의 모든 영역을 관통하는 이 깊은 통찰은 곱씹어볼수록 새로운 의미로 다가옵니다.
눈을 돌려 지식과 기술의 세계를 보아도 이 원리는 선명하게 작동합니다.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파도 속에서 어제의 지식은 오늘의 낡은 유물이 되기 십상입니다. 변화의 흐름에 올라타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나 이미 가득 찬 그릇에는 새로운 것을 담을 수 없습니다.
결국, 먼저 비워야 채울 수 있습니다. 지식과 기술의 세계에서 '비움'이란 곧 '나눔'을 의미합니다. 내가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나누고 알려줄 때, 역설적으로 더 새롭고 깊은 배움에 대한 필요와 용기가 샘솟습니다. 나눔은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정진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동력인 셈입니다. 반면, 자신의 낡은 지식을 움켜쥔 채 나누기를 주저하는 사람은 결국 변화의 흐름에서 낙오하여 시대에 뒤처진 존재가 되고 맙니다.
물론, 평생을 땀 흘려 일군 물질을 나누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개인의 부는 온전히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우리가 발 딛고 선 이 사회라는 토양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실입니다. 그렇기에 가진 사람이 사회에 그 일부를 환원하는 것은 건강한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구성원의 당연한 책무입니다.
어쩌면 나눔은 물질을 벌어야 하는 더 높은 차원의 이유를 제시해 주는지도 모릅니다. 그저 쌓아두기만 하는 재물은 사람의 영혼을 잠식하고 삶을 병들게 하는 '황금의 족쇄'가 될 뿐입니다. 하지만 나눔을 통해 흘러가는 재물은 세상을 이롭게 하고, 나 자신에게는 더 큰 가치를 추구하게 하는 삶의 목적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 다시 한번 다짐해 봅니다. 쌓아두는 부자가 아닌, 기꺼이 나누고 베풀기를 즐거워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입니다. 나의 비움이 누군가의 채움이 되고, 그로 인해 내 삶이 다시 채워지는 삶의 경이로운 역설을 온몸으로 살아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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