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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요약] 투머치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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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머치머니

권오상 지음

인물과사상사 / 20229/ 259/ 16,000

 

저자  권오상

벤처 캐피털 회사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의 공동 창업자 겸 공동 대표다. 금융감독원 복합금융감독국장과 연금금융실장, 영국 바클레이스캐피털 런던 지점과 싱가포르 지점 매니저, 차의과학대학교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술경영학과 겸직 교수, 삼성 SDS 수석보, 기아자동차 주임 연구원을 지냈고, 고려대학교와 중앙대학교에서 재무를 가르쳤다. 서울대학교 기계설계학과에서 학사, 한국과학기술원 기계공학과에서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교 기계공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했다. 금융 분야의 저서로 혁신의 후원자 벤처캐피털, 신금융선언, 오늘부터 제대로, 금융 공부, 돈을 배우다, 돈은 어떻게 자라는가, 파생금융 사용설명서, 기업은 투자자의 장난감이 아니다 등이 있다.

 

Short Summary

2011년 미국 월가에서 고학력 저임금 세대가 지속된 경제 불안과 사회의 부조리에 항의하며월가를 점령하라라는 시위를 벌여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시위의 물결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당시 미국 시위에 참여한 군중은 국가를 경제 위기에 빠뜨리고서도 수십억 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챙긴 월가의 CEO들을 향한 분노를 표출했다. 그들의 도덕적 해이가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를 낳았으며, 장기간의 경기 침체로 인한 여파는 평범한 시민들이 고스란히 짊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참고로 지금의 경제 시스템은 인류의 보다 나은 삶과 지속 가능한 사회 발전을 위해 고안된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 시스템은 소수의 배만 불리는 제도로 그 취지가 변질되었다. 전 세계 유수의 경제학자들은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아 그들의 입맛에 맞는 이론을 만들어냈고, 기업은 학자들의 권위에 기댄 달콤한 말과 그럴듯한 포장으로 대중을 꼬드기며 잇속을 챙겼다.

 

소수에게만 유리한 이러한 경제 시스템은 부의 편재를 초래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다 그렇고, 지금껏 쭉 그래 왔기 때문에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면서 손 놓고 있으면 경제적 격차는 사회적 격차를 초래할 것이고, 결국에는 소수에게 희생당해 온 다수가 자본주의 제도에 문제를 제기하고 끝내는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경제학적 지식이 없는 누구라도 부의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도록 우리가 처한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저자는 금융인(혹은 금융 회사)들이 만들어 놓은 덫에 걸리지 않고 돈을 불리기 위해서는 부의 메커니즘을 알아야 한다면서, 어떤 시스템에 의해 경제가 작동하는지, 이런 시스템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누구인지 등 그동안 난해하다는 이유로 피하기만 했던 진짜 자본주의를 리얼하게 파헤친다.

 

차례

들어가는 말

 

1부 방향성 거래 (Directional Trading)

1장 값이 오를 것을 사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 황소와 레버리지

2장 우리는 값이 내리는 상황에서도 돈을 불린다 - 곰과 공매도

3장 프로는 값이 오르고 내리는 것을 직접 만들어낸다 - 스퀴즈와 코너링

 

2부 차익 거래 (Arbitrage)

4장 동시에 사고팔면 꿩도 먹고 알도 먹는다 - 롱숏과 통계적 차익 거래

5장 양방향 호가 시장을 만들면 땅 짚고 헤엄치기다 - 마켓 메이킹과 시세 조종

 

3부 이분법 내기 (Binary Betting)

6장 모 아니면 도의 단순한 내기가 좋다 - 디지털 옵션과 보험

7장 돈이 될 길목을 찾아 자리를 잡는다 - 길목 지키기와 알 박기

8장 결과를 아는 상태에서 베팅을 한다 - 이벤트 드리븐과 내부자 거래

 

4부 연금술 (Alchemy)

9장 가치가 없는 것을 팔면 큰돈이 된다 - 무가물과 통정매매

10장 거래를 위한 거래를 가능하게 해 돈을 뜯는다 - 거래소와 통행세

 

나오는 말

참고 문헌

 

 

투머치머니

권오상 지음

인물과사상사 / 20229/ 259/ 16,000

 

방향성 거래 (Directional Trading)

 

값이 오를 것을 사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 황소와 레버리지

역사상 가장 큰 이문을 남긴 거래는 무엇일까? 검색해보면 유력한 후보가 하나 나온다. 페터 미노이트가 행한 거래다. 그는 60길더(당시 60길더는 네덜란드의 장인급 목수의 한 달 반 치 월급과 맞먹었다)에 해당하는 값을 치르고 레나페 혹은 델라웨어 부족이라고 불리는 아메리카 원주민들로부터 뉴암스테르담(오늘날 뉴욕의 맨해튼섬)을 산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맨해튼섬의 땅값은 2013년에 추산된 금액으로 대략 3,600조에 달한다. 100만 원가량의 돈이 36억 배로 불어났으니 그저 전율할 따름이다.

 

미노이트의 사례가 증명하는 돈을 불리는 기법은 가격이 오를 만한 무언가를 사는 것이다. 이 기법은 자명한 나머지 기술적으로 풀이할 구석이 많지 않다. 핵심은 여러 거래 대상 중 가격이 오를 것을 잘 찍는 데에 있는데, 이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차고 넘친다. 그중 어느 방법이 나와 잘 맞는지를 알아내는 것은 각자에게 달렸다. 이런 쪽으로 언급할 만한 사람이 하나 있다.

 

미국 웹 사이트 인베스토피아의역사상 가장 유명한 10명의 거래자에 뽑힌 윌리엄 갠이다. 1878년 미국 텍사스에서 태어난 갠은 주식과 원자재를 주로 거래했는데, 그는 여러 거래 대상 중 무엇을 언제 거래해야 할지를 결정할 때 자기만의 비법을 동원했다. 바로 고대로부터 비밀리에 전해져 내려오는 기하학과 점성술이었다. 아무튼 많은 제자와 추종자를 거느렸던 갠은 1955년에 죽었는데, 그가 남긴 재산은 당시 돈으로 600억 원 정도라고 알려졌다. 참고로 당시의 600억 원은 소비자 물가 지수를 바탕으로 추정했을 때 지금의 돈으로 약 5,800억 원에 해당한다.

 

어느 방법에 의존하든 간에 변하지 않는 사실이 한 가지 있다. 시장에서 팔겠다는 사람보다 사겠다는 사람이 많아지면 가격이 올라간다는 점이다. 반대로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적어지면 가격은 떨어진다. 한편 금융 시장에는 가격이 오를 것이라 믿고 거래 대상을 매입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 있는데, 바로황소. 즉 황소는 거래 대상을 사들이는 사람이다. 그리고 여기서 여러 가지 금융 용어들이 탄생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사는 사람, 즉 황소가 많아지면 해당 거래 대상의 가격은 오른다. 그래서 이 같은 경제적 상황을황소 시장이라고 부른다.

 

미노이트의 맨해튼섬 매입은 돈을 크게 불린 사례기는 하지만 옛날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니 최근의 사례들을 좀 더 살펴보자. 1952년 남아프리카에서 태어난 쿠스 베커는 1984년에 컬럼비아대학에서 MBA를 취득했다. 이후 남아프리카의 한 방송 미디어 회사에 들어갔고 1997년에는 최고 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이후 베커는 2001중국의 실리콘 밸리라고 불리는 선전에 있는 한 회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회삿돈으로 이 회사의 주식 46.5퍼센트를 사들였다. 이때 든 돈이 384억 원이었다.

 

이제 2022 2월로 가보자. 베커가 산 중국 회사의 시가 총액은 그사이 702조 원으로 뛰어올랐다. 중간에 일부 내다 팔기는 했지만 여전히 30.86퍼센트의 주식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즉 남아프리카 방송 미디어 회사는 베커 덕분에 약 217조 원에 달하는 주식을 갖게 되었다. 중간에 판 주식과 배당은 차치하더라도 남아 있는 주식의 가치만 따졌을 때 5,642배로 돈을 불린 셈이었다. 그렇다면 베커가 이끈 남아프리카 회사의 이름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낯설 내스퍼스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내스퍼스가 산 중국 회사의 이름이 무엇이냐는 것인데, 바로 텐센트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이 베커와 같은 수익을 올리기에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몇백억 원어치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는다. 그러니 다른 사례를 하나 더 살펴보자. 1962년 한 미국인이 오래된 회사 주식에 관심을 가졌다. 사양 산업인 면직물을 생산하는 회사였다. 그는 학부 졸업 후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 지원했지만 입학을 거절당했고, 결국 컬럼비아대학에서 경제학 석사를 받는 데에 만족해야 했다. 그가 면직물 회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회사의 전망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그가 관심을 가진 이유는 회사가 가진 자산에 비해 주가가 너무 낮아서였다. 참고로 그는 지도를 만드는 회사의 주식을 비슷한 이유 때문에 사서 2년 만에 50퍼센트의 이익을 보고 되팔기도 했다.

 

그는 컬럼비아대학원에서 이른바안전 마진을 배웠다. 안전 마진이란 회사를 청산할 때 받을 수 있는 돈이 주가보다 큰 경우 그 차이를 말하는데, 그에게 이를 가르친 사람은 가치 투자의 시조인 벤저민 그레이엄이었다. 참고로 그레이엄은 주가는 완전히 제멋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주식을 거래할 때 유일한 마음의 위안은 충분히 큰 안전 마진을 갖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이제 금융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그가 누구인지를 알아챘을 터다. 전 세계에서 돈 많은 것으로 세 손가락 안에 드는오마하의 오라클워런 버핏이다. 아무튼 1962 12 12, 버핏은 면직물 회사의 주식을 처음으로 샀다. 매입 가격은 1주당 9,120원이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버핏은 장기간 보유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면직물 회사의 최대 주주이자 최고 경영자인 시버리 스탠턴에게 자기가 사 모은 주식을 경영권 안정을 위해 사 가라고 제안했다.

 

그러자 1964년 스탠턴은 1주당 13,800원에 사겠다고 답했다. 이 정도면 이익이 충분하다고 만족한 버핏은 구두로 합의했다. 몇 주 후 버핏이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스탠턴이 구두 합의한 금액에서 150원 낮은 1주당 13,650원에 사겠다는 서면을 보내온 것이었다. 원래 받기로 한 돈보다 1퍼센트 적을 뿐이었지만 속았다는 감정이 앞선 버핏은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밀었고, 결국에는 주식을 팔지 않기로 하고 거꾸로 면직물 회사의 주식을 더 사 모았다. 그리고 면직물 회사의 최대 주주로 올라서 1965 5월 스탠턴을 잘라버렸는데, 이 면직물 회사가 바로 버크셔 해서웨이였다.

 

나중에 버핏은 버크셔를 산 것은 자신이 범한 최악의 실수라고 인정했다. 결과적으로 망해가는 산업에 속한 회사를 떠안은 꼴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 금융 관점에서도 버핏의 후속 주식 매입은 손실이 많았다. 스탠턴에게 팔았더라면 1주당 13,650원을 받았을 텐데, 주식을 추가로 사면서 1주당 평균 17,830원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처음 주식을 매입했을 때와 비교하면 2배가량 비싼 금액이었다.

 

버핏은 1985년 버크셔의 면직물 생산을 중단했다. 이후 버핏은 버크셔를 통해 여러 회사의 주식을 사들였다. 아예 보험 회사로 업종을 바꾼 버크셔를 지주 회사로 탈바꿈시켰던 것이다. 2022 2 28, 버크셔 A 주식의 종가는 5 7,145만 원이었다. A 주식은 정상적인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를 가리킨다. 참고로 버크셔는 버핏이 최대 주주가 된 이래로 A 주식을 쪼개거나 합친 적이 없다. 쉽게 말해 1960년대에 버핏이 산 버크셔 1주와 2022년의 버크셔 1주는 같다. 즉 버핏은 해당 기간 동안 자신의 돈을 32,046배로 불렸다. 버핏이 보유한 248,734주의 버크셔 A 주식은 돈으로 환산하면 142조 원을 넘어선다. 버크셔의 주가가 30,000배 이상 오른 것은 버핏이 버크셔를 통해 사들인 주식들이 그만큼 올랐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우리가 버핏만큼의 혜안을 가지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 같다.

 

그렇다고 해서 지레 포기할 필요는 없다. 버핏과 같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기 때문이다. 버핏이 버크셔 주식을 처음 사들이던 시점에 누군가가 버크셔 주식을 샀다고 가정해보자. 당시 버크셔는 돈만 있으면 누구나 주식을 살 수 있는 상장 회사였다. 그러니 중간에 팔아버리고 싶은 유혹만 이겨냈다면 버핏과 마찬가지로 30,000배 넘게 돈을 불리는 것이 가능했다.

 

실제로 데이비드 고츠만은 1962년에 버크셔 주식을 19,000주에 매입했다. 당시 돈으로 약 1 7,000만 원이 들었다. 2021 3월 기준, 그는 버크셔 A 주식 17,202주를 여전히 갖고 있다. 이를 환산하면 약 9.8조 원이다. , 한 가지 사실을 빠뜨릴 뻔했다. 사실 고츠만은 버핏의 친구였다. 버핏의 귀띔이 없었더라도 고츠만이 버크셔 주식을 샀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가 우연히 버크셔 주식을 버핏과 동시에 샀으리란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우리는 늘 이러한 우연을 꿈꾼다.

 

한편 우리는 돈이 더 빠르게 불어나길 원한다. 방법이 없을까? 아르키메데스는 지렛대만 있으면 지구도 들어 올릴 수 있다고 했다. 부를 끌어올리는 데에도 지렛대가 있다. 일명레버리지이다. 그러면 금융의 지렛대 또는 변속기인 레버리지란 얼마나 대단한 것일까? 별것 없다. 쉽게 말해 빚을 지고 돈을 빌리는 것이다. 마진 거래, 신용 거래, 미수 거래 등이 그 예다. 부동산 담보 대출로 받은 돈으로 주식을 거래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방식과 용어가 조금씩 다를 수는 있지만 본질은 같다.

 

레버리지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보자. 내가 가진 돈의 전부가 1억 원이어서 1억 원짜리 거래물 하나를 샀다고 하자. 그리고 그 거래물의 가격이 20퍼센트 올랐다고 치자. 이 경우 내가 불린 돈은 2,000만 원이 전부다. 하지만 내가 원금의 4배에 해당하는 4억 원을 빌려 거래물을 5개 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거래물의 가격이 20퍼센트 올랐으니 내 거래물 5개는 5억 원에서 6억 원이 되었다. 여기서 갚아야 하는 4억 원과 약간의 이자를 빼더라도 2억 원에 가까운 돈이 남는다. 결과적으로 원래 내 돈이었던 1억 원을 제외하면 이번에는 1억 원 가까이 돈을 불린 셈이다. 불린 돈이 빚을 지지 않았을 때와 비교해 5배에 달한다. 이것이 바로 레버리지의 힘이다. 이처럼 레버리지는 황소의 베프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덧붙이자면, 황소가 제대로 돈을 불리기 위해서는 최소한 어느 정도의 자기 돈이 필요하다. 빌린 돈이 아닌 순수한 자기의 돈 말이다. 금융 시장에 의미 있게 진입하기 위한 입장료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사람들은 보통 수익률 숫자에 목을 맨다. 50퍼센트의 수익률이라면 높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가진 돈이 100만 원뿐이라면 고작 50만 원 불어났을 뿐이다. 가진 돈이 10억 원이었다면 5억 원을 불렸다. 둘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이런 생각을 분명하게 밝힌 사람이 있다. 버핏의 평생 파트너 찰스 멍거다. 버핏의 회사와 별개로 운영된 멍거의 금융 회사는 1962년부터 멍거가 청산한 1975년까지 연 19.8퍼센트의 복리 상승률로 돈을 불렸다. ‘담배꽁초 주식(약간의 이익을 목표로 사들이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헐값의 주식)’이나 주워 단기간에 푼돈을 챙기던 버핏이 오늘날 오마하의 오라클이 된 데에는 멍거의 역할이 컸다. 멍거는 1990년대의 주주 총회에서 다음의 말을 남겼다. “첫 번째 10만 불은 썅X이다. 하지만 여러분은 그걸 얻어야 한다.” 미국의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1990년대의 10만 불은 오늘날의 20만 불, 2 4,000만 원에 가깝다. 버크셔 A 주식을 4,458주 가진 멍거의 재산은 2.5조 원이 넘는다.

 

차익 거래 (Arbitrage)

 

동시에 사고팔면 꿩도 먹고 알도 먹는다 - 롱숏과 통계적 차익 거래

여기서의 주제는 차익 거래다. 차익 거래란 같은 거래 대상이 다른 가격에 팔릴 때 싼값에 사서 비싼 값에 팔아 돈을 버는 일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주식을 80,000원에 사서 100퍼센트의 확실성으로 그 즉시 80,100원에 되팔 수 있다면, 이런 것이 진정한 차익 거래다. 물론 이런 기회가 아무한테나 열리지는 않는다. 차익 거래는 영어 ‘arbitrage’를 번역한 말로서 재정 거래라고도 불린다. 재정 거래의 재정은다른 의견이 있을 때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결정한다는 뜻이다. 아비트라지라는 단어는 재판에 가기 전에 제삼자가 나서서 중재하고 조정하는 행위에서 유래되었다. 싼값에 사서 비싼 값에 팔다 보면 싼값은 올라가고 비싼 값은 내려가서 결국 중간의 한 가격으로중재될 것이라는 의미다.

 

이번 장의 거래 방식은 앞에 나왔던 방향성 거래들과 사뭇 다르다. 알다시피 방향성 거래는 단순하다. 먼저 관심 대상 하나의 현재 가격을 확인한다. 그런 후 미래 가격이 바뀔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거래를 한다. 가격 변화량은 무조건 크면 클수록 좋다. 그런데 가격이 전부는 아니다. 시간도 고려해야 한다. 같은 조건이라면 최대한 빨리 바뀌는 편이 최고다. 이런 기회를 찾아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다. 바로 나만 가진 실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 반면에 차익 거래 방식은 최소한 두 개의 거래 대상이 필요하다. 방향성 거래가 1차원이라면 이번 거래는 2차원 혹은 그 이상의 다차원인 셈이다. 그만큼 복합도가 높아지고 알아야 할 것이 많아진다. 거래 대상 하나 고르는 것만으로도 골치 아픈데 두 개 이상이 필요하다니 수고롭다. 하지만 재산이 불어나는데 그 정도 수고가 대수겠는가.

 

먼저 롱숏을 알아보자. 롱은 거래 대상을 사는 행위이고, 숏은 거래 대상을 파는 행위다. 부연하면 롱 포지션은 거래 대상의 가격이 오르면 이익을 보는 상태요, 숏 포지션은 거래 대상의 가격이 내리면 이익을 보는 상태다. 즉 롱 매각이 소유한 거래물을 파는 것이라면 숏 매각은 소유하지 않은 거래물을 파는 것이다. 그렇기에 현물 시장에서 숏은 공매도를 의미한다. 롱숏은 말 그대로 롱과 숏을 동시에 하는 것을 가리킨다. 여기까지 한 이야기로 보자면 롱숏은 그 자체로 차익 거래 아닌가 하고 생각하기 쉽다. 그렇지는 않다. 같은 거래 대상을 사고파는 것을 두고 롱숏이라고 부르지 않기 때문이다.

 

롱숏은 서로 다른 두 개의 거래 대상을 필요로 한다. 롱숏을 거칠게 설명하는 한 가지 방법은 황소와 곰의 결합이다.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측되는 거래 대상을 사거나 혹은 가격이 내릴 것으로 예측되는 거래 대상을 팔아야 이익을 기대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롱숏은 개별 거래 대상의 가격 전망에 따라 오를 것 같으면 롱하고 내릴 것 같으면 숏하기를 동시에 수행하는 거래 방식이다.

 

롱숏을 최초로 한 사람은 누굴까? 1900 9 9,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에서 태어난 앨프리드 윈즐로 존스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인이다. 존스는 1949 1, 자기 돈 4,800만 원과 친구 4명이 출자한 7,200만 원을 합친 1 2,000만 원의 돈으로 에이더블유존스앤드코(A. W. Jones & Co.)라는 회사를 세웠다. 주식을 직접 거래하는 금융사를 만든 것이다. 존스의 회사는 다른 금융사와 구별되는 몇 가지 특징이 있었는데, 그 첫 번째가 바로 롱숏의 구사였다. 존스는 롱과 결합된 숏의 적절한 사용이 전체 포트폴리오의 리스크를 줄인다고 생각했다.

 

그의 논리를 간단한 숫자로 이해해보자. 롱할 대상을 하늘 높이 오른다는 의미에서 풍선이라고 부르고 숏할 대상을 하염없이 가라앉는다는 의미에서 맥주병이라고 부르자. 추가로 가정하기를 시장 전체에 비해 수익률이 풍선은 5퍼센트 포인트 높고, 맥주병은 5퍼센트 포인트 낮다고 하자. 다시 말해 존스가 고른 풍선은 시장 전체보다 더 오르고 존스가 고른 맥주병은 시장 전체보다 덜 오른다. 즉 존스는 풍선과 맥주병을 감별할 이른바체리 피킹’(좋은 체리 몇 개만을 따 가는 것처럼, 저평가된 기업의 주식을 골라 사거나 특정 펀드에 우량 자산만 골라서 편입하는 행위) 능력이 있다.

 

두 가지 시나리오를 살펴볼 텐데, 시장 전체가 15퍼센트 오르는 경우와 15퍼센트 내리는 경우다. 이는 전반적인 상승장과 하락장 두 가지를 검토한다는 의미다. 우선 상승장을 검토하자. 1억 원의 돈이 있다고 할 때, 존스가 모든 돈으로 풍선만 산다면 어떨까? 상승장에서 풍선의 가격은 15퍼센트에 5퍼센트를 더한 20퍼센트가 올랐다. 따라서 이때의 이익은 1억 원의 20퍼센트인 2,000만 원이다.

 

그런데 만약 존스가 1억 원의 돈을 둘로 나눠 6,000만 원으로는 풍선을 사고 4,000만 원으로는 맥주병을 공매도했다면 어떻게 될까? 먼저 풍선에서 6,000만 원의 20퍼센트인 1,200만 원의 이익을 본다. 한편 맥주병의 가격은 15퍼센트에서 5퍼센트를 뺀 10퍼센트가 올랐다. 존스는 맥주병을 사지 않고 공매도했으므로 10퍼센트의 손실을 보며 결과적으로 4,000만 원의 10퍼센트인 400만 원의 손실이 난다. 여기서 둘을 합치면, 1,200만 원에서 400만 원을 빼야 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800만 원 이익이다. 이대로만 놓고 보면 그냥 풍선을 롱한 경우보다 나빠 보인다.

 

이번에는 하락장을 살펴보자. 하락장에서 풍선의 가격은 마이너스 15퍼센트에 5퍼센트를 더한 마이너스 10퍼센트만큼 변한다. 즉 가격이 10퍼센트 떨어졌다. 따라서 1억 원 전체로 풍선을 샀다면 1,000만 원의 손실을 본다. 앞에서처럼 롱숏을 구사했을 때는 결과가 어떨까? 일단 풍선에서 6,000만 원의 마이너스 10퍼센트인 600만 원의 손실을 본다. 한편 하락장에서 맥주병 가격은 마이너스 15퍼센트에 마이너스 5퍼센트인 마이너스 20퍼센트만큼 변한다. 존스는 맥주병을 공매도했기에 20퍼센트의 이익을 얻으므로 4,000만 원의 20퍼센트인 800만 원의 이익이 난다. 둘을 합치면 200만 원 이익이다.

 

이 결과를 정리해보면 이렇다. 롱만 했을 때는 상승장에서는 더 큰 이익이 났지만 하락장에서는 손실을 면하지 못했다. 그 반면에 롱숏을 했을 때는 상승장에서 이익의 크기가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이익을 본 데다가 하락장에서조차 이익을 냈다. 이처럼 롱과 숏을 결합함으로써 상승장과 하락장을 가리지 않고 모두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존스의 통찰이었다. 존스는 자신의 롱숏을 두고보수적인 목표를 위해 투기적인 수단을 사용하는 거라고 일컬었다. 존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상승장과 하락장 모두에서 이익을 본다면 거래 규모를 늘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돈을 빌려 더 크게 거래하는 만큼 이익은 증가하기 마련이었다. 존스의 회사가 사용한 두 번째 특징이 바로 레버리지였다.

 

예를 들어, 3배 레버리지로 롱숏하면 어떻게 될까? 이제 존스의 롱 규모는 6,000만 원의 3배인 1.8억 원이고 숏 규모는 4,000만 원의 3배인 1.2억 원이다. 이 상승장이라면 800만 원의 3배인 2,400만 원의 이익을 거둔다. 하락장에서도 200만 원의 3배인 600만 원의 이익을 얻는다. 특히 이제는 상승장에서도 레버리지 없는 롱보다 이익이 큼에 주목하자.

 

세 번째 특징은 보수 체계였다. 존스의 회사는 일반적인 자산 운용사처럼 운용하는 돈의 일정 비율을 받아 챙기지 않고 불린 돈의 20퍼센트만 받았다. 요즘 용어로 말하면 관리 보수 없이 성과 보수만 받는 셈이었다. 또한 존스는 돈이 줄어든 해에는 성과 보수를 받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보수 체계를 두고 기원전 페니키아 상인들에게서 영감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항해에 성공하면 무역선의 선장이 발생한 이익의 20퍼센트를 이른바 캐리로 받았던 것을 따라 한다는 이야기였다.

 

마지막 특징은 비밀주의였다. 존스는 자기 회사와 자신의 거래 방법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미국의 증권법이나 투자 회사법의 적용을 피하기 위해서 출자자의 수가 100명 이상이 되지 않도록 애썼다. 왜냐하면 법 적용 대상에 오르면 공매도와 레버리지 둘 다에서 제약이 컸기 때문이다. 존스가 성과 보수를 택한 데에는 세금 이슈도 있었다. 세금 구멍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 리처드 밸런타인이 귀띔해준 대로 성과 보수를 받으면 25퍼센트의 양도 소득세를 내는 반면, 관리 보수로 받으면 최상위 세율 구간의 세율이 91퍼센트인 근로 소득세를 내야 했다.

 

금융 시장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까지의 존스 회사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난 존재가 있을 것이다. 바로 헤지 펀드다. 헤지 펀드는 롱숏을 주로 구사하며 막대한 레버리지를 사용하고 캐리를 받으며 비밀이 많다. 사실 존스는 자기 회사를리스크가 회피된 펀드라는 의미에서헤지드 펀드(hedged fund)’라고 불렀다. 하락장에서도 손실이 아닌 이익을 본다는 의미였다. 참고로 존스의 회사는 준수한 성과를 거두었다. 설립된 1949년 이래로 1968년까지 20년간의 누적 수익률은 약 4,700퍼센트에 달했다. 1961년부터 1965년까지 미국에서 가장 성과가 좋은 주식형 공모 펀드가 225퍼센트의 수익률을 얻는 동안, 존스의 회사는 325퍼센트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한편 롱숏을 이해하는 한 가지 다른 방법은 두 거래 대상 가격의 스프레드 혹은 비율이 평균 회귀한다는 예측에 기반한다는 점이다. 스프레드는 두 가격의 차이를 가리키는 용어다. 평균 회귀는 어떤 값이 평균에서 일시적으로는 멀어지더라도 결국에는 다시 평균으로 되돌아온다는 기대를 말한다. 이를테면 1970년대 이래로 금의 은에 대한 가격 비율은 평균이 65 정도다. 금과 은의 가격 비율이 평균 회귀한다고 믿는다면 어떻게 거래할 수 있을까? 현재 비율이 65보다 높으면 금을 공매도하면서 은을 사고, 반대로 65보다 낮으면 금을 사면서 은을 공매도하는 롱숏을 수행하면 된다.

 

어쨌든 롱숏은 롱이나 숏 하나만 하는 방향성 거래보다 칭찬받을 구석이 있다. 우선 하나만 거래했을 때보다 종목 선택의 리스크가 줄어든다.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이 주장하는다각화로써 변동성을 줄이는 원리에 해당한다. 그리고 또 시장 리스크도 낮아진다. 왜냐하면 롱과 숏이 상호 간에 서로 헤징의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롱숏과 통계적 차익 거래는 진짜 차익 거래일까? 즉 아무런 리스크가 없을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롱숏이라고 다르지 않다.

 

첫째 문제는 롱이 오르고 숏이 떨어진다는 예측이 빗나갔을 때다. 일례로 2018년 초에 금과 은의 비율은 80을 넘어섰다. 그때 금을 숏하는 롱숏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 후로 금은 비율은 지속 상승해 2020년 초에 125를 넘기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처럼 가격이 예측과 거꾸로 가버리면 손실을 보지 않을 재간이 없다. 더 큰 문제는 바로 레버리지다. 앞서도 설명했듯이 롱숏은 대개 일정 수준 이상의 레버리지를 당연하게 여긴다. 왜냐하면 레버리지가 없을 때의 이익이 생각보다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잘될 때는 괜찮은 이익을 얻게 해주지만, 삐끗하면 한 방에 훅 가게 만든다. 롱숏을 하다가 무덤으로 간 금융사가 한둘이 아니다.

 

연금술 (Alchemy)

 

가치가 없는 것을 팔면 큰돈이 된다 - 무가물(無價物)과 통정매매

앞에서 언급한 돈 불리기 기법들은 어쨌거나 알아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다. 그런데 사실 더 쉬운 방법이 있다. 가치가 없는 것을 비싸게 파는 방법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봐도 좋다. 한 마디로 금융의 연금술이다. 무가물 판매의 가장 큰 장점은 리스크와 수익의 비대칭성에 있다. 어차피 가치가 없는 것을 팔려고 하기 때문에 잘못되어도 별로 잃을 것이 없다. 그 반면에 혹시라도 파는 데 성공하게 되면 어마어마한 돈이 생긴다. 가능성은 낮지만 지급 구조가 유리한 비대칭이다. 블랙 스완을 쓴 현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반취약이라고 부른 경우다.

 

이 방법을 쓰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은 무엇일까? 바로 상상력이다. 기존 관습의 굴레에서 풀려난 새로운 세상을 사람들로 하여금 느끼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황당하게 들리면 들릴수록 더욱 좋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 것일까?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인간은 대체로 자기 생각 없이 다른 사람을 따라 할 뿐인 동물이다. 자기 생각이라고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은 남들로부터 영향 받은 관념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가치가 있든 없든 누군가가 하면 그 누군가를 따라 하고 싶어진다. 약간의 환상만 심어주면 제 발로 함정으로 굴러떨어지는 존재란 이야기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마음에 잘 와닿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담배는 몸에 해롭다. 냄새도 좋지 않고 기침도 나오고 값도 비싸다. 그래도 상관없다. 불붙인 담배를 자유의 여신이 손에 든 횃불로생각하도록 만들어주면 그걸로 끝이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눈에 띄는 외모를 가졌지만 너무 프로페셔널 모델처럼 생기지 않은 여자들에게 담배를 쥐여 주고 제일 큰 번화가를 걷게 하면 된다. 말하자면 진짜 여배우 말고 인스타그램에서 열심히 물건 파는인플루언서에게 돈을 주고 일을 시켰던 것이다. 이후 담배는 여자들에게 자유의 횃불이 되었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처조카면서 나치 독일의 선전 장관 요제프 괴벨스가 열렬히 추종한 에드워드 버네이즈가 이미 대공황 직전인 1929 3월에 증명해 보여준 일이다.

 

무가물로 돈을 불리는 데에는 새로운 앵글이 있다. 기존에 우리가 해결하지 못하던 난제 하나를 이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다. 내부자 거래로 20세기 후반을 휘저어 놓은 아이번 보스키 사례를 살펴보자. 보스키와 그 일당이 내부자 거래로 돈을 불릴 때 한 가지 문제는 돈 받은 흔적이 남는다는 것이었다. 돈이 오고 간 흔적만 들키지 않으면 대가를 받지 않았다고 우길 여지가 생긴다. 그런데 아쉽게도 국가에서 만든 돈은 사과 상자에 현금을 담아주는 것 말고는 흔적을 남기지 않을 방법이 없다. 문제는 사과 상자에 담긴 돈만으로는 양에 차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스위스 은행, 혹은 케이맨 제도나 영국령 버진 군도 같은 조세 회피처의 듣도 보도 못한 은행을 이용하곤 했다. 가령 영국령 버진 군도는 2022 4월에 총리가 마약을 밀수해주는 대가로 8 4,000만 원을 받았다가 현장에서 체포될 정도로 우리 편이 많은 곳이었다. 따라서 이 방법은 완벽한 방법이 아니었다. 그리고 스위스 은행은 미국 법무부의 위협에 굴복해 고객의 계좌 정보를 넘겼다. 그리고 조세 회피처의 계좌도 해커들이 심심하면 빼내곤 했다. 즉 이 방법은 돈이 오고 간 흔적을 발견하기에 까다롭다 뿐이지 불가능하게 만드는 방법은 아니었다.

 

한 가지 방법이 더 있었다. 그림 시장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방법은 이랬다. 먼저 믿을 만한 대리인을 통해 그림을 산다. 이는 나를 노출시키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리고 너무 유명한 그림을 사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수 있기 때문에 적당한 그림을 사는 것이 좋다. 그런 후 청탁이 필요할 때 사두었던 그림을 선물한다. 그림은 그림을 산 가격이 있는 데다가 작가마다 시세가 있으므로 받는 쪽에서 얼마짜리를 받았는지를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다. 또 그림을 주고받는 건 다른 장점도 있다. 일단 개인 간 거래가 이루어지기에 아무도 모르게 할 수 있다. 소유권을 등기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아울러 필요하다면 적당한 시점에 팔아서 다시 돈으로 바꿀 수도 있다.

 

세금 면에서도 유리하다. 먼저 그림은 재산세나 취득세의 대상이 아니다. 얼마짜리를 갖고 있든 혹은 갖게 되었든 세금을 내지 않는다. 물론 팔 때는 세금을 내야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도 구멍을 우리가 많이 내놨다. 한국법상 살아 있는 작가의 작품은 그게 얼마에 팔리든 간에 면세다. 그러니 생존 작가의 그림을 팔면 계좌 이체로 돈을 받아도 걱정이 없다.

 

아울러 죽은 작가의 작품을 파는 경우도 세제상 혜택이 있다. 일단 6,000만 원 이내면 비과세다. 6,000만 원을 넘으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 산 가격을 묻지 않고 판 가격에 대해 기타 소득으로 간주한다. 판 가격의 22퍼센트를 세금으로 낸다는 의미다. 그러면너무 많은데?’ 하고 생각할 듯싶다. 한 가지가 더 있다. 판 가격의 90퍼센트가 필요 경비로 인정된다. 달리 말해 1억 원에 팔았으면 1억 원의 90퍼센트인 9,000만 원을 빼고 남은 1,000만 원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면 된다.

 

그런데 이 모든 방법이 귀찮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없을까? 있다. 은행이 아닌 컴퓨터로 숫자를 주고받으면 된다. 주고받는 숫자를 암호화시키면 미국 법무부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 사이퍼펑크의 창시자 티머시 메이의 꿈이 그랬다. 사이퍼펑크는 가상의 세계인 사이버 공간을 주 무대로 하는 펑크, 즉 사이버펑크의 한 분파로 암호를 중시했다.

 

암호 숫자로 돈을 불리는 일은 너무나 쉽다. 먼저 숫자를 기록해 놓는 프로그램을 하나 짠다. 이때 그 숫자가 유한하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무한히 커지도록 프로그램하지 않는 한 프로그램 속의 숫자가 유한한 건 당연하다. 그다음 프로그램 속의 작은 숫자와 돈을 맞바꾼다. 초창기에는 그 숫자와 피자 두 판을 바꾼다. 숫자가 어디 간 건 아니다. 프로그램 전체 숫자의 작은 일부가 기존과 다른 변수를 가리키게 한 것이 전부다. 이걸 몇 번 하면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인간은 대체로 자기 생각 없이 다른 사람을 따라 할 뿐인 동물이기 때문이다.

 

이때 가격이 오르고 있는 그래프를 보여주면 더 효과적이다. 그리고 숫자가 유한하기 때문에 귀한 것이고, 귀하기 때문에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말을 반복하면 끝이다. 이후 불나방은 알아서 꾀어들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때 다른 변수들을 가리키는 프로그램 속 숫자가 너무 커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가령 전체 숫자가 100이라면 60에서 80 정도는 나를 가리키는 변수에 남겨야 마땅하다. 그리고 나머지 20에서 40을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놀게 둘 일이다. 그러면 암호 숫자로 돈을 어떻게 불릴 수 있을까? 간단하다. 불나방끼리 암호 숫자를 두고 거래를 하기 때문이다. 숫자 1 1억 원에 거래되면 내 숫자 70은 이제 70억 원이 된다. 숫자 0.01 1억 원에 거래되면 내 70 7,000억 원이요, 숫자 0.0001 1억 원에 거래되면 내 70은 이제 70조 원이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 이해했다면 그다음 과정도 저절로 이해될 것이다. 숫자와 돈을 바꾸는 것은 굳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할 필요가 없다. 내가 변수를 2개 만든 다음에 숫자가 두 변수 사이를 왔다 갔다 하게 해도 된다. 예를 들어 변수 인디아는 변수 줄리엣에게 1을 주면서 1,000만 원을 받는다. 대외적으로는 이제 숫자 1 1,000만 원이다. 다음 줄리엣은 인디아에게 0.1을 주면서 인디아에게 받았던 1,000만 원을 그대로 되돌려준다. 그러면 대외적으로 숫자 1의 가격은 1억 원으로 열 배가 뛰게 된다. 다음은 뭘까? 맞다. 줄리엣이 인디아에게 0.01을 주면서 또 1,000만 원을 보낸다. 이제 숫자 1 10억 원이다. 내가 가진 돈은 1,000만 원이 전부지만 이제 내 숫자 70 700억 원 가치다. 숫자가 인디아에 있냐 줄리엣에 있냐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걸 가리켜자전 거래라고 부른다.

 

이 과정을 조금 더 응용할 수도 있다. 프로그램을 하나가 아니라 2개 만드는 것이다. 각각의 프로그램은 각각의 숫자를 갖는다. 첫째 프로그램 숫자 1 10억 원일 때 첫째 프로그램 숫자 1과 둘째 프로그램 숫자 0.1을 맞바꾼다. 그러면 둘째 프로그램 숫자 1 100억 원짜리가 된다. 숫자와 숫자를 주고받기에 돈이 아예 들지 않는다는 게 이 방법의 큰 장점이다. 프로그램을 하나 더 만듦으로써 내 재산은 새로이 7,000억 원이 추가되었다. 그런데 내가 쓴 돈은 제로다.

 

숫자를 주고받는 걸 꼭 나 혼자서 할 필요는 없다. 다른 한 명과 짜고서 해도 된다. 이를 가리켜통정매매라고 부른다. 자전 거래와 통정매매는 금융 시장에서 중요한 돈 불리기 수단이다. 일명 작전이라고 불리는 돈 불리기에서 이 두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란 없다. 이처럼 금융 시장에서 확립된 돈 불리기 수단인 자전 거래와 통정매매를 무가물과 결합시키면 내 돈은 무한대로 늘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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